정치인의 독설 세상은 요지경

기사입력 2011.02.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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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떠나 독설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인 모양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학자, 사상가들은 자신의 주장을 위정자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독설로 유세했다고 한다.

 당시에 편찬된「여씨춘추」에 보이는‘각주구검'고사가 그런 예다.

배로 강을 건너던 칼잡이가 칼을 물에 빠뜨리자 뱃전에 표시를 하곤“이곳이 칼을 떨어뜨린 곳”이라고 해 웃음거리가 됐다는 얘기다.

 단순한 우스개가 아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멍청이'란 뜻이 숨어 있다.

“지나간 옛 법안 갖고 다스리면 나라 말아먹기 십상”이라고 위정자들을 경계한 거다.

독설에도 격이 있었던 셈이다. 현대 정치에서 독설은 비방과 비난뿐이기 일쑤다.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밥 도넌 하원의원이 퍼부은 독설은 매우 원색적이다.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인데,‘여자들의 체취가 밴 조깅 반바지와 허연 넓적다리로 백악관의 품위를 손상시킨 오인쟁이.'라니. 클린턴의 대응도 피장파장이다.

“그 사람(도넌)을 볼 때마다 광견병 약이 왜 필요한지 알 것만 같다.”고 했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따로 없다. 독설은 마음을 베는 칼이다. 그래서 독설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다가도 뉘우치기는커녕 증오심만 생기게 한다.

 독설이 제대로 의사를 전달하기도 전에 거부감을 주는 이유다.

그런데도 자신의 주장을 차분한 언어가 아닌 독설을 동원해 표현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은 세상이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개브리얼 기퍼즈연방 하원의원 파격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치권의 독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퇴하지 않고 총을 재장전하라.”,“M-16 자동소총으로 기퍼즈를 쏘라.”같은 극단적 정치 언어가 사건의 한 원인이라는 인식에서다.

독설이 분노를 증폭시키므로 정치적 표현을 순화해야 한다는 게 자성론의 핵심이란다.

 우리 정치권에도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닐 듯싶다. 청정배 민주당의원은 작년 말 집회에서“이명박 정권을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천 의원을“패륜아”,“시정잡배”라고 했다. 천 의원은 며칠 뒤 다시 이명박 정부를“악의 무리”,“탐욕의 무리”라고 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둘째아들이 서울대 로스쿨에 부정입학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하루 만에 당 대변인을 통해“스스로 조사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불찰이었다.”며 안 대표와 가족, 서울대 로스쿨측에 사과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당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대 당국은 물론 때로 야당과 정치적 행동을 같이하던 교수까지 나서 그 사실을 부인하자 헛발질을 인정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공익적 목적으로 폭로에 나설 수는 있다.

그러나 그전에 가능한 모든 통로로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게 국회의원의 정치적·도의적·법률적 의무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사전에 서울대측에 기초적인 사실초자 알아보지 않았다.

 이 의원은 안 대표의 아들에게‘인격적 테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 대표 아들이 당할 상처와 고통을 미리 헤아렸다면 이렇게 섣부르게 폭로할 엄두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이 다른 사람도 아닌 집권당 대표 문제를 거론하는데도 미리 폭로 내용과 대처방안 등을 살펴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박지원 원내대표는“이 의원이 받은 제보는 정확하다.” 며 부채질을 해댔다.

우리 정치권에선‘아니면 말고'식 폭로가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거짓으로 드러나도 징계나 처벌을 받기는커녕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는 일까지 생기니 저마다 폭로를‘남는 장사'로 여기게 된 것이다.

‘정치인이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함부로 뱉어내는 말은 스스로를 격하시키고 국민 정신건강을 해칠 뿐이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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