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준연동비례제가 만든 꼼수 정당, 유권자는 낯설고 이해하지 못해

기사입력 2020.03.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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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선데이뉴스/신민정 국장

 

[월간 선데이뉴스=신민정 국장] 지난해 12월 범여권의 ‘4+1 협의체’(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더불어민주당)를 통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밀어붙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은 범여권에 의해 패스트트랙에 태워져 처리됐던 선거법 개정안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선거 제도였다.

 

이번 총선에 처음으로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유권자들에게 낯설고 어려워,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투표하는 경우도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 선거제도 하의 국회의원 선출방식은 너무 복잡하고 기형이다. 전체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지역구 의석은 253석, 나머지 47석은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된다.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되는 47석 중에서 30석은 준연동형,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병립형 방식으로 선출된다. 준연동형 방식은 정의당의 오랜 연동형 요구, 이에 대한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미래통합당(통합당)의 반대, 결국엔 중간지점에서 호응한 민주당의 절충안이다. 이렇게 복잡한 국회의원 선출방식을 유권자 중 이해하고 투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위 준연동형 계산방식에서 이미 획득한 지역구 의석을 배제하는 것 때문에 아예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제(준연동형과 병립형)에만 참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기발한 꼼수가 바로 통합당이 만든 미래한국당이다.

 

지역구에서 100석 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거대양당은 정당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지 않는 한 준연동형에서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유령정당은 정당투표에서 획득한 득표율에 따라 준연동형과 병립형 모두에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만든 현재의 상황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에 과반수를 뺏길까 두려워 당원들의 의사까지 물으며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이미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 25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름도 생소한 원외정당까지 참여하면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비례대표 후보들까지도 국회에 진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정당투표용지에서 위성정당이 앞 번호를 받을 수 있도록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더불어시민당’에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의원을 보낼 때는 황교안 대표를 고발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더 노골적으로 의원 꿔주기를 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미래통합당은 설마 설마 했는데 '설마'가 배신의 정치로 돌아왔다. 황교안 대표는 미래한국당 창단 축사에서 "범자유민주세력의 전위부대"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내놓은 추천명단은 통합당 입장에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통합당이 영입한 인재들 대부분이 당선권에서 멀어진 후순위로 배치되자 재조정을 둘러싸고 옥신각신 끝에 미래한국당 한선교 당대표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 등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했다. 새로 당 대표와 공천위원장을 교체했다.
 
사실상 통합당 비례대표인데도 미래한국당이 멋대로 공천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다만 '다른 당'의 공천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분노를 쏟아내야 하는 아이러니에 직면한다. 현실적으로 '개입'할 근거도 방법도 없다. 이렇게 꼼수·묘수로 만들어진 정당은 선거 후 당선자들은 모정당으로 돌아가고 위성정당은 소멸할 것이다.

 

정의당이 유령정당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나 선거결과는 참담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으로 군소정당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양당정치의 경향이 큰 대통령제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적 불안정이 심한 내각책임제로 정치체제를 바꾸는 것도 한국적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현 선거제도 직전으로 되돌아가되 비례의석수의 확대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성’과 청년·여성·노인 등 ‘직능 대표성’을 가진 인물들, 또 ‘소외계층’ 출신의 인물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기 용이하게 만들자는 제도가 거대정당 지휘부가 자기 세력을 키우려고 하는 잘못된 생각으로 변하는 것을 이번 총선 후 최대한 빨리 비례대표제의 모순된 점을 개혁해야 할 것이다.

[신민정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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