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살인사건이 여전히..."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의 비극

기사입력 2019.10.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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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진_10월 7일은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2).jpg


(선데이뉴스=박민호기자) 2007년 10월 7일, 울산에 거주하던 고(故) 김선화 씨가 전 남편이 휘두른 둔기에 맞고 숨졌다. 전 남편이 김씨를 살해한 까닭은 김씨가 강제개종을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교단이 다르다는 종교적인 이유로 살해당한지 벌써 12년이 흘렀다. 그러나 개선은 전혀 없었다. 2018년 1월, 또다시 사망 피해자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정부 당국은 종교 문제에 간섭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모르쇠로 일관했다.

'개종'은 종교를 바꿔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뜻이다. '개종교육'은 개종을 교육을 통해 한다는 뜻인데, 교육과정에서 교육을 듣는 사람의 의사가 무시되면 안된다는 점이 전제조건으로 들어간다. 듣는 사람의 인권, 의사가 무시될 경우 '강제개종교육'이 된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이하 강피연)는 개종목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매년 100회 이상의 강제개종이 시도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매년 피해는 계속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 안에 이들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피해자들은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공원 앞에서 10월 7일을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로 선포했다. 2007년 10월 7일은 김씨가 강제개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전 남편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진 날이다.

김 씨가 신앙 생활하는 곳은 기성교단 소속이 아니었다. 개종목사는 이러한 사실을 전 남편에게 전했고, 개종시켜야 한다는 개종목사의 사주를 받은 전 남편은 갑자기 김 씨의 집을 찾아가 둔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전 남편만 법의 심판을 받았을 뿐 사주한 개종목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1인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사례금을 받고 사업체 형태로 진행되는 강제개종 사업은 이후 더욱 번창해 매년 수백 명이 납치·감금·폭행을 통해 개종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종교 문제’ ‘집안 문제’란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결국 2018년 1월 전남에서 고 구지인 씨가 강제개종 과정에서 사망했다. 특히 구 씨는 1차 강제개종 과정에서 탈출한 후 개종목사의 처벌을 사법당국에 요구했지만 결국 2차 강제개종에 끌려가 탈출을 시도하다 사망했다. 
 

기사사진_10월 7일은



■강제개종 계속되지만...손 놓은 정부

그럼에도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사법당국 등은 기성교단의 영향력을 의식해 ‘종교의 자유’ 운운하며 종교문제에 끼어들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아 ‘종교 살인’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올해 7월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유럽의 한 인권단체가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올 8월에는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장관급회의 석상에서 강제개종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사례가 발표됐다.

미 국무부가 주관하고 약 100개국 정부와 500개의 NGO·종교 단체 등이 참가해 8월 16일부터 진행된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소수종교 신도들을 향한 강제 개종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표됐다.

공식회의 일정 중 하나인 국제종교자유원탁회의는 소위 이단 상담 목사들이 소수종교 신도의 가족들과 납치를 모의하고 감금, 폭행 등을 통해 강압적으로 개종을 시도하고 있으나 경찰과 법원이 방관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15개 주요 국제 NGO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을 공개하고 “한국은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강제 개종 근절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앞서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LC)는 7월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1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강제개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공식발표했다. 

성명서는 “20세기가 끝날 무렵 미국과 유럽의 법원은 강제개종자들의 범죄행위를 불법화 했다”고 밝히고 “기독교 목사들이 수행하는 강제개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내 3대 방송인 NBC, CBS, ABC를 비롯한 221개 미국 언론이 구 씨의 사망 당시 ‘대한민국,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대규모 인권운동(South Korea: The Olympic Games Amid Large-Scale Human Rights Protests)’이란 제목으로 강제개종 사망사건과 이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진행 된 대규모 인권운동을 보도했다.

강제개종 피해자들은 ‘10월 7일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 발제문을 통해 “10월 7일을 잊지 맙시다. 이런 비극이 대한민국에서 없어지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 반성 없는 역사는 또 다른 잘못된 역사들을 남기게 됩니다. 모든 국민들이 자각을 갖고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세상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소망하는 바입니다”라고 외쳤다. 그들은 언제쯤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박민호 기자 bluebea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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